음료 중 커피만큼 말이 많은 음료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마시면 금방이라도 큰일 날 것 같은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건강에 좋다는 찬사가 나오기도 하니 말입니다. 물론, 커피가 건강에 나쁘니 절제해야 한다는 기사가 압도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5잔에 달해,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의 거의 세 배나 됩니다. 이쯤 되면 언론의 힘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기사를 그토록 많이 쏟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계속해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
근래 들어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은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을 아홉 가지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제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장수’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낮고, 당분 처리 능력이 좋아져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커피의 효능도 대단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 기능이 좋아져 심부전 발병 위험을 낮추며,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나이 들며 발병하는 퇴행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낮추고, 간효소 수치를 개선해 간 건강을 도울 수 있답니다. 특히, 간 건강과 관련해서는 일반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나 모두 해당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커피콩을 강배전(다크 로스팅)으로 볶은 커피는 DNA 손상을 줄이며, 대장암 발병 위험도도 낮추고, 뇌졸중 발병 위험도도 낮춘답니다. 대장암과 관련한 효능 역시 일반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 모두 해당됩니다.
커피의 효능에 관한 연구는 존스홉킨스병원에서만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도 커피의 효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커피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카페인 등 항산화제에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커피는 염증을 낮춰 여러 암의 발병 위험을 낮추며, 커피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과 폴리페놀 등이 포도당 대사율을 높여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를 낮추며,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춘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커피는 콜레스테롤이 담낭에서 담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을 도우며, 조기 사망률을 낮춰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니까요.
모든 커피가 같다?
위에서 본 것처럼, 존스홉킨스병원의 연구 결과와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는 같습니다. 이로써 커피가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듭니다. 모든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인지, 하루에 얼마나 많이 마셔도 되는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을 인정하는 자료들도 그 반대 상황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런 자료들이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커피에 넣은 ‘크림’이나 ‘설탕’의 건강상의 효능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오랜 세월 우리는 인스턴트 커피에 가루 크림과 설탕을 넣어 마셔왔습니다.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은 그런 커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두를 볶아 갈아 내리고 거기에 첨가물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첨가물 없는 ‘원두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것도 아닙니다. 에스프레소로 내린 커피나 프렌치 프레스로 만든 커피 그리고 제즈베로 푹 끓이는 터키식 커피 등 ‘원두커피’지만 여과지(필터)로 거르지 않은 커피도 건강에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estol) 성분이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커피는 여과지(필터)로 거르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원두커피입니다.
하루에 몇 잔까지 괜찮을까?
커피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카페인 처리 능력이 낮은 사람은 적게 마셔야 하고, 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하루에 마시는 양은 본인의 카페인 처리 능력에 따라 다릅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위인 액체 1컵은 8온스(약 236ml)이며, 커피 1컵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양은 원두의 종류와 내리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 90~100g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식약처의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량은 400mg입니다. 따라서 236ml 컵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4컵까지는 괜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의할 것은 이 역시 본인의 카페인 처리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든지, 잠을 잘 수 없다든지, 예민해진다든지, 카페인과 관련한 증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커피, 건강에 좋은 방식으로 즐기면 더 좋을 테니까요.